2007-03-15 [13일] Spain, Burgos - 여행 최악의 하루 본문

Travel/Europe 07.03.02~06.09

2007-03-15 [13일] Spain, Burgos - 여행 최악의 하루

halatha 2008. 2. 15. 09:48

이번 여행 최악의 하루였습니다. 오전에 일어나니 주변에 안개가 너무 자욱하게 껴서 100m 정도의 전방도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여서 도저히 나가서 모르는 길을 갈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이것이 전조였던 것 같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림 58 Burgos로 향하는 중

숙소에서 씻고 느긋하게 나서니 안개가 어느 정도 걷혀 있었습니다. 오늘 계획은 최소한 Burgos, 가능하면 좀 더 Lisbon 가까이에 갈 생각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St.Sebastian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큰 도시여서 우선 길을 잡고 따라갔습니다. A63 고속도로를 타는 것이 더 빨랐지만, 길을 자꾸 시내 쪽으로 잡아 고속도로를 들어가지 못하고 자꾸 시내 구경을 하면서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내 건물들이 예쁘고 도로도 혼잡하지 않아 잘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국경에서 아무런 검문도 없이 Espana 표지판만 달랑 있는 (처음 보니 신기한) 국경을 지나면서 피레네 산맥 경관에 빠지고, Bilbao까지는 문제없이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Spain의 고속도로 표지판이 엉망이라더니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Burgos로 가는 출구 안내가 이상하게 되어 있어 그곳을 놓치고 A8을 타고 북쪽 해안도로를 따라 Santander 방면으로 계속 갔는데, 가는 길에 도무지 돌릴 방법을 찾을 수도 없고 국도 명을 Michelin 지도에서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Onton인가 하는 곳에서 그냥 나와서 다시 조그마한 도시들(그 중 하나는 Muskiz)을 지나 A8을 반대로 타고 Bilbao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시간 낭비, 기름 낭비를 하고 Bilbao에 도착했지만 아직 시련이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또 다시 Spain 표지판에 당해 이번엔 거꾸로 St.Sebastian쪽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일단 Bilbao airport로 빠지는 길로 가서 공항까지 가고 말았습니다. 공항에 있는 경찰들에게 물어보니 Bilbao 방향의 A8을 탄 후에 Vitoria방면에서 A68을 타면 된다고 알려주더군요. 도시 이름을 몰라 길을 잃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찌됐건 알려준 대로 한 번 나섰습니다. 다행이 Burgos 표지판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고생 고생 한 끝에 Burgos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오후 4시경이 넘어 뭘 보기엔 지친 상태였고 오는 길에 와이프와 말다툼을 해 기분도 최악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시련은 여전히 진행 상태였으니 굴러라 유럽에 나온 Burgos의 유일한 숙소인 캠핑장을 도저히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굴러라 유럽의 설명에 따르면 km248 표지판을 보고 나가서 km245쪽으로 진행을 하면 된다고 설명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km248 표지판은 제가 나왔던 1번 출구가 아니라 그 전에 있던 2번 출구에서 나오는 것이 훨씬 가깝고 쉽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와이프와 말다툼을 하는 사이 책을 보질 않아 또 다시 시간과 기름을 낭비하게 된 것이었죠. 결국 Burgos 시내를 다시 거슬러 올라가 Vitoria 방면의 N1을 타고 가니 Burgos 시내를 다 지난 후에 km24x 표지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굴러라 유럽의 설명과는 반대 방향이었지만, 국도라 2차선이었기에 어쨌든 가는 길에 km248만 보이면 옆 길로 들어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km248을 찾았지만 도무지 굴러라 유럽의 설명에 나온 이면 도로가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Km248 km247 사이를 두 번 돌면서 각 표지판 옆에 있는 주유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가다가 km248 표지판 옆에 돌길이 있어서 그거라도 일단 가자는 생각에 들어갔더니 와이프가 그 길은 사람도 들어가면 안되는 길이라는 표시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와서 다시 km247을 지나 Burgos 시내 방면으로 조금 오니 캠핑장 마크 같은 것이 있어 일단 들어갔는데 양 갈래 길이 있었는데 한 쪽은 공사장 같은 곳으로 연결이 되었고, 다른 쪽은 가니 축구장 같은 것만 있고 이상한 녀석들이 떼거리로 있더군요. 다시 그곳을 나와 길로 나오니 호텔이 보여 일단 가격이라도 묻자는 생각에 들어갔는데 불러봐도 사람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헤매다가 비치된 무료 지도만 빼서 나온 후에 다시 길을 반대로 건너니 정비소 같은 곳이 있어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 중 한 명이 여기서 시내 방향으로 약 500m만 가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시 방향을 바꿔 시내 방면으로 진행하다 보니 정말 캠핑장 마크가 있었다. 그래서 드디어 오늘 캠핑장을 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여전히 주변에는 캠핑장 같은 것은 흔적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던 아주머니에게 물어봤더니 자기가 아는데 이 곳은 영업을 더 이상 하지를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힘이 빠져 더 이상 뭘 찾을 힘이 없었습니다. 바로 옆에 Las Vegas라는 별 두개 짜리 호텔이 있기에 가격을 물어보니 61€나 했습니다. 허름한 외관에 비해 안은 좋았지만 그렇다고 묵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쌌습니다. 아까 다른 호텔에서 가져온 무료 지도에 다른 호텔이나 호스텔(Hostal)들도 표시가 되어 있기에 일단 한 곳을 찾아가기로 하고 시내로 길을 돌렸습니다. 가는 길에 Hostal 표시판이 보여 일단 세워놓고 무작정 갔습니다. 별 둘짜리 Hostal이었는데 두 사람에 53 + 주차비 6€나 했습니다. 무슨 호텔인줄 안다고 불평을 하면서 다시 한 블록을 더 가니 또 간판이 있어 물어봤습니다. 와이프는 시내라 비쌀 거 같다고 했지만 전 그냥 물어보자고 했고 35€에 주차는 건물 뒤에 그냥 하면 된다고 해 결국 드디어 묵기로 하고 긴 오늘의 여정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주인 아주머니가 차에 짐을 남기면 안된다고 해 모두 들고 올라오느라 좀 힘들긴 했으나 그나마 저 가격에라도 쉴 수 있다는 걸 감사하기로 하고 들어왔습니다.

이 날은 관광도 못하고 시간과 기름을 낭비한데다 와이프와 싸우기 까지 한 최악의 하루였습니다. 다시는 이런 날이 오지 않길 빌었던, 정말 싫은 하루였죠.

 

지출 내역

식료품

음료수

Coffee

\1,386

1.10

McDonald

차량유지비

통행료

St.Sebastian -> Bilbao -> Vitoria -> Burgos

\31,301

24.85

 

숙박비

유스호스텔

Hostal

\44,085

35.00

Burg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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