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22 출국 & 말레이시아 입국 본문

Life/Malaysia

2007-11-22 출국 & 말레이시아 입국

halatha 2008. 4. 21. 17:24

말레이시아 첫 날. 정말 힘든 하루였다.

아침 6시경에 일어나 간단히 남은 짐을 정리하고, 40분경에 간단하게 가족 예배를 드린 후 정확히 7시에 집 앞에서 출발했다. 올림픽 대로에서 차가 조금 막히긴 했지만 그 외 구간에선 크게 막히지는 않았고, 8시 20분이 조금 넘어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늘의 운은 여기까지였다. 차를 세울 때부터 짐을 내리기 위해 잠시 이미 주차한 것을 가지고 차가 좀 앞으로 나와 있다고 왠 택시 기사가 참견을 하더니 그 때부터 하루 종일 꽝이었다.

그림 1 말레이시아 항공 지연 알림판

말레이시아 항공의 카운터는 K30~36인가 그랬는데, 그 위치는 인천공항의 거의 오른쪽 끝이었으나 차를 세우고 들어선 곳은 버스 정류장 5A옆의 5번 게이트, 즉 인천공항의 거의 왼쪽 끝이었다. 짐을 가지고 K카운터에 가서 줄을 서 있는데 이상하게도 8시 50분 경이 다 되도록 카운터에 직원이 아무도 없었다. 이상해서 말레이시아 항공 서울 사무소에 전화를 했더니 자기도 모르겠다면서 인천 사무소 전화번호를 알려줬는데 걸어도 계속 통화 중이고 아빠가 어디를 다녀오더니 오늘 결항이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나며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9시가 훌쩍 넘어서야 직원들이 헐레벌떡 오더니 비행기 정비로 인한 지연이라고 안내하는 표지를 붙이는 것이었다. 황당하게 그것을 보며 줄을 기다렸다가 겨우 카운터에 갔더니 결항이라면서 오늘 가려면 대한항공이나 타이항공을 타고 홍콩이나 방콕을 경유해 갈 수 밖에 없고 직항으로 가려면 내일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미 나왔는데 내일 갈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결국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것으로 해달라고 했더니 대한항공을 얘기해서 가족들은 E카운터로 짐을 가지고 가라고 하고 나는 그 새 마일리지 카드를 만든 후 K카운터로 다시 가는데 전화가 오더니 대한항공이 갑자기 사람이 많이 몰려 또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타이항공을 타고 가야 할 것 같다고 해 가족들을 또 다시 오라고 전화했는데 그 새 또 다시 아직은 모르겠고 일단 카운터에서 얘기를 해보자고 해서 가족들은 중간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나만 K카운터에 가서 직원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서 10시가 훌쩍 넘어서야 결국 11:15 홍콩발 대항항공을 타는 것이 확정이 되어 직원과 함께 E카운터로 가서 체크인을 하게 되었다. 경유편은 MH073편이고 홍콩에서 3시가 좀 넘어 출발하는 비행기였다. 항공 수화물 무게를 측정하는데 분홍색 캐리어의 무게가 36kg가까이 나와 짐 하나당 최대 무게인 32kg을 넘어 직원이 짐을 빼야만 한다고 했다. 다 옷이어서 뺄 게 없어 결국 양복을 빼서 부모님에게 나중에 우편으로 받기로 했다. 그나마 직원이 무게를 좀 봐줘서 10kg만 overweight charge를 내기로 했다. 이건 다행이었다. 말레이시아 항공이었으면 거의 봐주지 않았을 테니까. 그런데 overweight charge를 내러 갔는데 이번엔 신기하게도 카드 계산기가 동작을 하지 않아 전산 처리가 되기 이전, 옛날에 하던 방식으로 카드를 대고 스탬프 찍듯 모양을 종이에 새기는 기계로 내 카드를 복사한 후 사인을 하는 식으로 결제를 했다. 아무튼 신기하게 되는 게 없는 날이었다.

이렇게 겨우 항공편이 결정된 시간이 벌써 10시 반이 넘어 엄마 아빠와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입국장에 들어갔다. 엄마 아빠가 울면 어떡하나, 나도 눈물을 못 참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워낙 시간이 없어 울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들어가서 선식 때문에 한 번 검사를 한 후 면세품 구입한 것을 찾으러 가야 하는데 우리가 타는 게이트는 오른쪽에 있는 20번이었는데 면세품을 찾는 곳은 왼쪽에 있는 28번쪽 가까이에 있었다. 정말 되는 게 없는 날이라며 투덜대며 뛰어가서 물건을 찾고 다시 지혜를 격려하며 20번 쪽으로 뛰었다. 가다 보니 20번은 오른쪽 윙에서도 가장 멀리 있어 한 층 내려가야 하는 곳에 있는 가장 먼 게이트였다. 뛰어가다가 화장실에 잠시 다녀오고 또 계속 뛰어서 겨우 도착했더니 시간은 30분이 남았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탑승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님들께 전화를 하려고 전화기에 가서 신용카드로 해서 다 제대로 됐는데 전화가 안되서 다시 1544 콜렉트콜로 했더니 장모님이 모르는 번호라 그런지 거절을 하셔서 엄마에게 했는데 이번엔 받았으나 탑승이 시작되어 그냥 끊고 바로 비행기를 탔다.

그림 2 홍콩에서 갈아타기 위해 붙인 스티커

그림 3 정말 잠깐 있었던 홍콩 첵랍콕 공항

대항항공은 처음 탔는데 스튜어디스들이 대체로 예쁘고 간식으로 주는 땅콩이 맛이 있어 좋았다. 지혜는 땅콩이 맛있어서 비싼 거라며 농담을 하고 그랬다. 내 옆에 앉은 아저씨가 좀 덩치가 커서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크게 안 좋은 점은 없었다. 기장이 보졸레 누보를 서비스한다면서 와인을 줬는데 아쉽게도 화이트 레드 모두 굉장히 맛이 없었다. 737이라 그런지 비행기가 작고 좌석마다 video screen이 없는 게 아쉬웠다. 홍콩에는 2시가 조금 넘어 도착을 했는데 도착하니 출구 앞에 MH073편을 탈 사람들을 데려갈 Cathay Pacific 직원이 있었다. 말레이 항공이 아니라 Cathay Pacific인가 하면서 따라서 한참을 가서 MH073편 티켓을 받고 탑승을 했다. 다시 검사를 하는데 면세품이 걸리지 않을까 지혜와 걱정을 하며 걸리면 어떻게 항의를 할까 고민을 했는데 면세품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인천에서처럼 선식이 걸리고 또 수저 세트와 포크를 문제 삼긴 했지만 잘 통과가 되었다.

그림 4 말레이시아 입국 카드

그림 5 말레이시아 입국 카드

그림 6 말레이시아 입국 카드

그림 7 말레이시아 항공 기내식

그림 8 말레이시아 KLIA 도착 후. 입국장으로 이동하는 열차를 타는 곳

말레이 항공은 767이었는데 처음에 좌석이 26A, 36E를 주어 지혜와 따로 앉게 되었는데 26B에서 기다리다가 한국 사람이 와서 좌석을 바꿔달라고 해 지혜와 같이 앉아서 왔다. 26B를 가진 것은 나이가 한 40대 정도 되 보이는 부부였는데 아저씨가 황당하게 26A, B에는 여자들 앉히자는 얘기를 했으나 다행히 아줌마가 바꿔줘서 지혜와 앉아서 올 수 있었다. 식사는 양고기를 먹기 싫어 물고기를 먹었는데 나는 다 먹었지만 지혜는 맛이 없다면서 거의 먹지 않았다. 땅콩도 별로 맛이 없었다. 하지만 767이라 video screen이 있어 영화를 볼 수 가 있어 트랜스포머를 보면서 왔다.

3시가 좀 넘어 떠난 비행기는 6시 20분쯤에 Kuala Lumpur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더웠는데 지혜가 에어컨을 킨 건물 안이라 이건 아무 것도 아니라며 나중에 어떻게 견딜꺼냐고 그랬다. KL airport도 입국하기까지 한 참 걸렸는데 입국 심사에서 또 나만 문제가 생겼다. 영신씨나 지혜는 아무 문제없이 그냥 가는데 나는 붙잡고 왜 왔냐 물어보고 그러더니 2주만 줄 꺼라면서 비자를 변경하라고 했다. 내 인상이 그렇게 안 좋은가? 아무튼 나와서 다행히 짐은 금방 찾고 입국장으로 가는데 같이 얘기한 결과 밴 택시를 타고 가기로 하고 입국장 나가기 직전 택시 티켓을 파는 곳에서 180RM을 주고 밴 택시를 타기로 했다. 처음엔 너무 비싸지 않나 했지만 짐도 너무 많고 아침부터 너무 힘들기도 했기 때문에 그냥 타기로 했다. 택시비는 영신씨가 카드로 계산을 하고 나중에 주기로 했다.

그림 9 University of Malaya의 Guest house

그림 10 실제로는 훨씬 더 허름하다

그림 11 미리 주문해놓은 저녁 식사. 처음 먹는 말레이시아 음식

그림 12 내일 아침 식사권

학교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는데 택시 기사나 도로위의 다른 말레이인들의 운전이 너무 거칠어 약간 무서웠다. 깜빡이도 전혀 안 키고 선을 타고 가는게 기본이어서 확실히 운전 습관이 안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꽤 시간이 지나 University of Malaya에 들어서니 입구에서부터 Guest House까지 거리가 생각보다 멀어 학교 규모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왠만해서는 걸어 다니기 힘들 거 같았다. Guest House에 도착해 짐을 내리는데 왠 현지인이 Mr Chung이냐고 말을 걸더니 자기가 Dr. Amir라고 얘기했다. 한참 늦었는데 오기를 기다려준 것이 고마웠고, 지혜도 인상이 참 좋다면서 좋아했다. 물론 일을 얼마나 많이 시킬지는 모르겠지만. Reception에서 작성을 하고 Dr. Amir의 도움으로 Reception에 큰 짐은 맡기고 방에 들어왔다. Dr. Amir는 아침 9시에 Reception 앞에서 보자고 하고 방까지 안내해주고 돌아갔다. 착해 보이기도 하고 친절하기도 한 게 어쨌든 첫 인상은 매우 좋았다. 방은 매우 낡고 볼품이 없었다. Dr. Amir를 통해 미리 주문한 밥은 매우 맛이 없어 지혜가 별로 먹지를 않아 억지로 다 먹고 간단히 세수하고 양치하고 지혜는 벌써 잠이 들었다. 물이 필요해 Reception에 있는 무뚝뚝한 직원에게 갔더니 Cafeteria의 주방 안 창고에서 생수를 꺼내 주는데 한 병에 1RM이라고 해 우선 3병을 가져왔다. 지금 시간은 10:19, 한국은 11:19이다. 집에 연락을 못해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아무 것도 하기 싫다. 그냥 푹 쉬면 좋겠다. 내일 아침 일어날 것이 약간 걱정이 된다. 시계도 알람도 없는데.

말레이시아 항공의 결항 때문에 고생하고 첫 인상이 안 좋았지만 Dr. Amir가 친절해 보여 좀 다행이다. 방에 들어왔는데 혼자 있었으면 좀 많이 외로웠겠다는 생각에 지혜가 더 사랑스럽고 고마웠다. 내일은 여기서 살 집에 가는 날이다. 집이 좋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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