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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halatha 2022. 2. 1. 23:25

 

사무라이는 원래 해군과는 무관한 존재들이다. 창검술, 기마에 대한 이들의 집착은 거의 종교적인 것이었다. 그만큼 해군 육성이라는 발상의 전환은 용이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쇼인도, 료마도 이런 오랜 전통과 관례를 끊어버리고 해군 양성의 절박성을 바로 간파했다. 역사의 갈림길은 이런 데서 비롯된다.

일본어로 친구는 ‘도모다치’인데 하기 사투리로는 ‘찡구’란다. 그리고 그 말은 한국말의 친구에서 왔다는 것이다.

그 유명한 초망굴기론이다. ‘초망’이란 우거진 풀, 잡초라는 뜻이니 권력을 지니지 않은 재야나 시정에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쇼인이 이 말을 쓰면서 의식한 계층은 하급사무라이, 그 밑의 졸병에 해당하는 사람들, 나아가 유력한 상인, 농민 등, 지식 있고 뜻있는 민중까지였다.
‘굴기’란 말은 중국의 대륙굴기에서 보듯 벌떡 일어선다.는 뜻이다. 즉 더 이상 번주나 번의 주요 직책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번과 신분의 경계를 뛰어넘어 전국의 뜻있는 자들(지사)이 횡적으로 연대하여 일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에게 번은 곧 국가였고 신분제 역시 강고했으니 매우 급진적인 생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야마가타 아리토모

번을 떠난 사무라이를 낭인이라 한다. 재수생이 일본말로 낭인이다. 로진,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것, 일본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상태다. 어딘가 하나에는 소속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맘이 놓인다. 이게 예나 지금이나 보통 일본 사람들의 정서다.

각자의 신분에 맞게 각자의 역할(이걸 ‘야쿠’라고 한다)… 일본은 ‘야쿠’의 사회다. 이것이 장점이기도 하고 약점이기도 하다.

그는 조슈와 사쓰마가 연대하기 위해서는 자꾸 만나서 서로 친해지고 서로 좋은 쪽을 맞춰나가야지 마냥 도나 의만 논한다고 될 게 아니라며 “담소 중에 서로 친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간곡히 설득했다.

(요즘에도 그러는데 이 시대에는 정말 관계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중요했겠지.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럴까 정말 궁금하다)

그래서 현재 일본 사회가 국제적인 마인드를 중시하고 아시아와의 협력을 중시할 때는 료마가 곧잘 소환된다. 일본의 대표적 국제통인 소프트뱅크손정의 회장이 료마를 추앙한 게 좋은 예다. 반대로 일본의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아시아에 대해 날선 자세를 보이는 정치세력은 요시다 쇼인을 즐겨 소환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쇼인은 강렬하고 어둡지만 료마는 명랑하고 밝다. 나는 일본 시민들이 쇼인보다는 료마를 더 주목해주길 희망한다.

사람들은 묘하다. 당시 그는 근대 일본을 연 주역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스러져간 것에 대한 어떤 연민, 애착 이런 게 있다. 패배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 아쉬움 같은 건데 이 사람이 그런 감정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할복

일장기와 태극기

원래 일을 많이 한 사람은 인기가 없다. 그보다는 적당한 때에 멋지게 산화해가는 게 명예와 인기를 위해서는 더 나은 일인지도 모른다.

(이건 그야말로 때마다 사람마다 달라서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인물에게 마음이 가는 경우가 많긴 하다)

역사가들이 오쿠보를 비롯한 막말기 지사들을 ‘마키아벨리스트’라고 부르는 이유다.

유신은 『서경』에서 유래한 말로 세상을 일신한다는 의미다. 주나라가 은나라를 타도하고 새로운 나라를 세웠을 때 이를 ‘유신’이라고 칭했다.

(천황은 성이 없다는 건 처음 알았다. 갑자기 여권에는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졌다. 전에 같이 일했던 인도인 친구는 카스트때문에 성이 없었는데 여권을 만들기 위해 성을 급조했었는데, 천황정도 되면 여권이 필요없으려나? 아니면 그냥 이름만으로 만들어줄까?)

일본 사회의 이해는 메이지유신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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