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세계 본문

Life

불타는 세계

halatha 2009. 11. 12. 16:50
2009.11.09~12

세계화가 만들어내는 문제점을 나름의 시각으로 풀어낸 책. 지난 주에 읽었던 저자의 다른 책 제국의 미래와 굉장히 유사한 느낌을 주는데 이 책이 첫 번째 출판한 책이라고 한다. 제국의 미래에서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끝을 맺는데, 이 책에서는 그것을 바탕으로 책을 시작한다. 또 굉장히 다양한 각국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해나가는 것이 유사하며, 중국계 미국인이지만, '미국인'이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시각(바뀔 수 없는 점이겠지만)도 유사하다.
책의 내용을 거칠게 요약하면 미국에 의해 진행된 세계화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자본주의를 전파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하는데 전자는 다수 토착민의 정치 권력을 강화하고 후자는 소수 민족집단의 경제적 독점을 심화시켜 문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 사례로 러시아(올리가르흐 - 유대인), 서아프리카(레바논인), 동아프리카(인도인), 동남아시아(중국인)등을 들고 있다(괄호 안은 소수 민족집단). 동시에 미국이 전세계의 미움을 받고 9.11 테러가 발생한 요인도 마찬가지로 보는데, 이것은 국가 > 세계, 민족 > 국가로 생각해보면 미국이 세계적인 부를 독점하고 있는 소수 국가이지만, 세계적으로 미국이 보급한 민주주의 때문에 각국의 민족주의가 높아져 미국을 예전같이 보지 않는 다고 말한다. 이 결과 각국에서 정치적 권력을 잡은 가난하지만 수는 많은 토착민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소수 민족 집단을 습격을 하거나, 사실상의 독재권력을 소유한 정치인들이 합법적으로 소수 민족 집단의 부를 몰수하고 - 또는 시도하고 - 그 결과 소수 민족 집단은 국외로 자신들의 부를 가지고 탈출해, 결국 그 나라는 더 많은 사람들이 가난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고 말한다.
한편 미국이야말로 시장경제가 극한으로 발달한 곳인데,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예를 들어 저자는 1999년에 빌게이츠는 미국인의 부의 40% -_-;; 를 소유했다고 한다), 미국은 이민자 국가이지만 기본적으로 공정한 경쟁에서 얻은 부를 존경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으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족은 다르지만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반면에 미국을 보는 다른 나라들이나, 국가별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서로 동일시 할 수 없는 문화적, 민족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자는 더 이상 설익은 민주주의와 독점을 가능케하는 자본주의를 퍼뜨리는 미국의 행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수백년에 걸쳐, 그럼에도 각 나라마다 다른 양상 - 양원제/단원제, 양당제/다당제, 대통령제/내각제... - 으로 나타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 민주주의와 교육과 적응이 필요하며 그렇지 못하면 도태되는 시장경제를 성급하게 바로 보급하려 한 미국의 오만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미 발생한 문제들의 해결책으로는 부를 소유한 집단이 선의를 베풀어 부를 재분배하고 빈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장기적이고 (사실상 꿈같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부분은 매우 빈약하지만, 이것은 사실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논외로 치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부분에서 미국인치고는 신선한 시각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의 세계 속에서의 역할 - 예를 들어 세계의 경찰 - 을 나타내는 부분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미국인에게는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는 부분, 이라크전에 대한 설명 등은 어쩔 수 없는 미국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며, 결국 모든 것을 미국에 의한 세계화의 시각으로 본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슈케나지 유대인과 세파르디 유대인에 대한 설명 같은 것 등 미처 몰랐던 점을 알게 되었고, 세계화에 대해 이런 식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더 알 수 있어 좋았다. 전부는 아닐지 몰라도 미국에 의한 세계화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긴 하기 때문에.

cf. 2009/11/06 - [Life] - 제국의 미래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