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베이스볼 본문

Life

빅데이터 베이스볼

halatha 2016. 8. 25. 00:17
(피츠버그 이야기이고, 출간 시기도 2015년 11월이니) 강정호 때문에 번역했을 거 같단 생각이 드는 책. 하지만, 그런 의심(?)에 관계없이 책 내용도 좋고 재밋다. 노골적이고 직관적인 제목이 말하듯,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세이버매트릭스를 사용해 20년의 루징시즌을 마치고 강팀이 된 이야기이다.
머니볼을 통해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초보적인 세이버매트릭스 사용법을 알게 되었지만, 사실 OPS라는 건 클래식 스탯의 합에 불과해, 누구나 쉽고 직관적으로 효과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가장 먼저 활용한 빌리 빈이 대단하긴 하지만, 출루가 많으면 득점 확률이 높아진다는 건 야구 초보자라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책의 시작은 2012년 말, 이미 머니볼 시기부터 10년이 지난 시점이었고, 세이버매트릭스의 르네상스가 막 발화하려는 때였다(pitch f/x부터 시작한 본격적인 세이버매트릭스는 트랙맨을 거쳐 이제는 스탯캐스트에 이르러 정말 혁명이라 부를만한 수준이 됨).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대도시 팀이 아니어서, 빅네임 FA를 영입할 수는 없었기에 남들이 모르면서, 돈이 많이 들지 않는 방법으로 팀의 성적을 향상시켜야 했다. 헌팅턴 단장의 결정은 데이터 기반의 야구였다. 첫 번째는 수비 시프트로, 타자의 타구 방향 통계에 따라 모든 타자에게 수비 시프트를 적용하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타자별로 적용했지만, 수비 시프트가 익숙해지고 효과를 보면서, 투수의 투구와 상황에 맞춰 매번 수비 시프트를 바꾸게 된다. 두 번째는 프레이밍. 포수의 프레이밍이 가져오는 효과를 먼저 알아채고, 타격 성적이 좋지 않아도, 프레이밍이 좋은 싼 포수를 영입해 효과를 본다. 세 번째는 투심 패스트볼의 활용이다. 거의 모든 투수진에게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시켜, 땅볼을 유도해 투수의 투구수를 줄여 체력 소모와 부상도 줄인다. 네 번째는 자세히 나오지 않아 아쉬운데, 선수 몸에서 생체 신호를 수집해 부상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다. 이 방법은 아직 다른 분야와 달리 이제 막 시작하는 시기라 구체적으로 알려진 성공 사례가 없는데, 피츠버그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이렇게 데이터를 통해 강팀이 되는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강정호 때문에 잘 알려진 피츠버그의 구성원들 - 클린트 허들, 스털링 마르테 등 - 의 이야기도 알 수 있고, 데이터 분석을 접목하기 위해 중요한 건 열린 마음, 상호 존중과 소통이라는 뻔하지만,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 메이저 구단 최초로 선수 라커룸에 분석가들이 드나들고, 작전 회의도 참석하며, 나중에는 원정 경기도 동행 - 도 알 수 있다.
그 밖에도 헌팅턴 단장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데이터 분석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 때 동료 중 네 명이 폴 디포디스타, 조시 번즈, 마크 샤피로, 크리스 안토네티라는 건 전혀 몰랐던, 재밋는 사실이다(네 명 역시 모두 나중에 단장이 됨. 인생에서 누굴 만나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2013년 신시내티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이야기에서는 추신수가 등장하는 점도 또 하나의 흥밋거리.
올해는 피츠버그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는 못할 거 같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개별 기업이어서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특히 돈이 없는 구단이 그러는 경우가 많은데(머니볼의 오클랜드, 수비에 더해 불펜 투수진을 강화한 캔자스시티 등), 먼저 개척해도 보스턴이나 양키스, 다저스 같은 빅클럽은 바로 그 방법을 적용하고, 더 강화하기 때문에 결국 지속적인 성과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스탯캐스트를 깊게 활용하는 팀은 없으니 여기서 또 한 발 앞서는 팀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스탯캐스트가 만드는 데이터는 경기당 TB 단위라 아직 이걸 활용해서 의미있는 결과를 얻기는 정말 어려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