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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와 사랑

halatha 2012. 2. 3. 07:19
지와사랑
카테고리 소설 > 독일소설
지은이 헤르만 헤세 (보성출판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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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02.01
지와 사랑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듯이 이성과 감성을 상징하는 단어이고 소설 속에서 이것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통해 나타난다. 어렸을 때부터 오로지 이성적인 진리의 길을 추구하는 나르치스와, 부모에게 버림받았단 생각으로 부서질 듯한 감성을 지닌 채 살아가는 골드문트. 두 인물이 각각의 표상을 나타내기 위해 너무 극단적인 설정 -
나르치스는 오로지 진리 추구만을 생의 목적으로 하고 그나마 인간적인 감정은 나르치스에게만 드러낸다, 골드문트는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을 하는 인물로 간단히 말해 여자만 만나면 잔다 -_- (물론 이런 감성이 예술의 길로 이끌지만)
- 을 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마지막에 하나로 모이는 부분을 위해서는 또 그렇게 멀리서 다가오도록 해야 좀 더 극적인 느낌이 날 수 도 있을 것 같다.
간단한 줄거리는, 나르치스는 자신보다 몇 년 뒤 수도원에 들어온 골드문트를 보고 그의 내면을 파악해 이성의 길에 맞지 않는 사람임을 알고 수도원 밖으로 나가도록 스스로 깨닫게 한다. 골드문트는 나가서 마음내키는대로 살다가 어느 교회의 마리아상을 보고 조각가에게 조각을 배우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자 조각가의 요청을 뿌리치고 다시 방랑에 나선다. 한눈에 반한 백작의 애인과 역시나 사랑을 나누다가 걸려 죽을 위기에 처한 순간, 고해 신부로 온 나르치스는 백작에게 큰 대가를 치르고 골드문트를 살려서 데려가게 된다. 수도원으로 다시 들어간 골드문트는 그 동안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나르치스등을 모델로 하는 예술품을 만들게 된다. 점점 자신의 내면이 고갈되어 가는 것을 느끼던 골드문트는 다시 한 번 방랑에 나서지만 이제는 더 이상 예전같지 않아 몸도 마음도 지쳐 수도원으로 돌아오고 결국 죽게 된다.
나르치스는 초반부와 후반부에 나오고 이야기의 중심을 골드문트 - 즉 감성의 흐름이 담당한다. 하지만 그 감성이 처음에 세상으로 나가는 계기도, 마지막에 돌아가는 곳도 나르치스, 이성과의 합일점, 수도원이다. 데미안에서도 그랬지만, 고난을 겪으면서 성장을 하는 인간이 결국은 무언가를 깨닫는 지점은 헤세에게는 이성으로의 회귀인 듯 싶다. 마치 세상의 종말이 온 듯한 세계 대전의 포화속에서, 죽음을 피해 스위스로 갔던 헤세에게는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갔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포스트 모던이 자리잡기 이전의 시기이기도 했으니 이성에 대한 믿음이 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돌고 돌아 이성에 대한 믿음이 이미 휴지조각처럼 버려진 지 오래이고, 그 시절로부터 거의 백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여전히 (전쟁은 아니더라도) 이런 저런 혼란속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한다 (물론 국지전은 심심찮게 일어나고). 과연 헤세가 지금 세상에 온다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쓸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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