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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타자기

halatha 2024. 3. 2. 14:44

Tags: history Date: March 1, 2024 Score: ★★★★☆

  • 한글과 타자기 - 한글 기계화의 기술, 미학, 역사 : 인문교양 - (주)역사비평사
    • ★★★★☆ March 1, 2024 80~90년대에 컴퓨터를 사용했던 사람들은 한글 사용의 격변기를 지났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컴퓨터를 사용한 이후의 변화였을 뿐, 한글 기계화의 역사는 그 이전부터 시작했고 훨씬 더 격렬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건 역시 공병우이기에 그의 개인사도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또 흔히 생각하는 이미지와 다른 부분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으며, 기술만이 아니라 사회 정치적인 부분과도 연결이 된다는 점 역시 많은 시사점이 있다. 매우 좋은, 추천할만한 책
    • 제주 555.72-김832한

  • 숄즈 타자기가 바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qwerty 자판의 원조인데, typewriter 유래도 역시 이거였는지는 처음 알았음
    • PMF product market fit이 한 가지 요인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많은 예 중 하나

타자기가 서구사회의 효율적인 행정의 비결이자, 나아가 서구의 강대함의 토대를 이루는 요소 중 하나라고 믿게… 자기네 문자를 쓸 수 있는 타자기를 만드는 것은 이들에게 단순한 발명 놀음이 아니라, 서구 열강의 침략을 면하고 근대국가를 이룰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과업 중 하나

서구 문명이 세계의 표준처럼 여겨지던 시대의 사람들은, 문자의 기계화도 자연히 로마자와 로마자 타자기를 기준으로 두고 생각

타자기 이전에 문자가 있었으니 신발이 발에 맞지 않으면 발을 자를 일이 아니라 신발을 고쳐 신는 것이 마땅

첫째로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자와 결별하고 한글로만 쓰는 타자기를 만들었으며, 둘째로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로마자 타자기와 같은 구조의 타자기를 만들었다. 결과론이지만, 일본과 중국이 로마자 타자기와 다른 타자기를 만들어 한자를 안고 가는 데 성공했다면, 한국은 반대로 ‘로마자 타자기와 같은 형태의 타자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에 매진하여 결국 성공

한글 타자기의 개발은 단순히 하나의 기계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로 글을 쓰는 문화’ 전체를 새롭게 정립하는 큰 과업의 일부분… 한자와의 결별은 필수적 전제 조건

  • pp70~71
가로쓰기를 주창한 이들은 가로쓰기가 한글이 한자 문화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체성을 세우는 지름길이라고 여겼다… 더 효과적으로 한글의 기계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
가로쓰기는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글에 대한 관념과 인식의 틀을 바꾸는 혁명적 변화

  • pp77~78
모아쓰기, 가로쓰기, 한글 전용 같은 과제들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이를 둘러싼 논쟁은 사회 문화적 층위뿐 아니라 정치적 층위까지 넘나들었다
치열하게 경쟁하던 다양한 한글 타자기들의 존재는 한글 기계화를 둘러싼 논쟁의 지형이 그만큼 복잡했음을 보여준다
이 세 가지 과제는 오늘날 정리해놓고 보면 서로 별개의 것… 한글의 맞춤법, 문법, 쓰는 방식 등이 모두 확립되지 않은 채 뒤섞여 이야기되던 20세기 초반에는 이들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았다

  • 모든 기계화, 자동화의 역사에서 발생하는 부분이 여기서도 역시 존재했다
기계식 타자기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므로, 기계가 해주는 판단을 모두 타자수가 직접 할 수밖에 없다

  • p139
공병우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전통이냐 외래냐의 문제가 아니라 효율적이냐 아니냐의 문제
  • p150
광복 전후의 개인적 경험들을 통해 그는 서구식 효율과 속도의 가치를 높이 여기게 되었으며, 따라서 한글 전용과 한글 기계화가 한국 사회의 효율과 속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근대화하는 지름길이라고 믿게 된 듯… “제한된 능력 이상으로 인간이 일하기 위해서는 기계의 도움을 받아야”

  •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역시 시대와 상황에 맞는 적정 기술의 중요성, PMF product market fit
공병우는 개인적 신념에 따라 신구의 절충보다는 전면적인 서구화를 택했고, 때마침 남한사회 격변의 방향이 그의 신념과 잘 맞았으므로 공병우 타자기는 시장에서 맨 먼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기술혁신의 궁극적인 원동력은 발명가 한두 명의 창의력이라기보다는 그 사회의 신기술에 대한 수요와 지원

한글 타자기의 개발은 현실적 수요에 부응할 뿐 아니라 “가장 과학적인 문자”라는 한글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당위를 저버릴 수 없었기에 그만큼 더 어려운 과정… 한글 기계화란 실상 한글의 쓰기 문화를 서구화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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