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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먼 북소리

halatha 2009. 9. 3. 22:43
09.08.30~09.01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름이야 아주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었지만 한 권도 읽은 적은 없었다. 원래 에세이 스타일의 글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일본 책은 왠지 모르게 잘 안 읽혀서(시오노 나나미는 빼고)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해변의 카프카'등 책 이름은 무수히 들어봤어도 정작 읽을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난 주에 와이프가 너무 재미있게 읽으며, 또 유럽에서 3년간 지내며 쓴 책이라기에 흥미가 일어 읽어보았다. 그리고 몇 몇 나라를 돌아다니는 것을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 새 책은 끝나있었다. 보기에는 약간 두껍다 할 정도의 책인데 정말 지루한 부분이 전혀 없고 재미있게 읽힌다. 역자가 쓴 후기에서나 와이프가 말하는 것 처럼 하루키 특유의 유머가 계속해서 나온다고 하는데 정말,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다녔던 장소들이 여행갔던 곳들과 겹치는 곳이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먼 북소리'가 들려서 여행을 떠났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그런 마음은 정말 자주 드는데... 언제 다시 떠날 수 있을까?

p65 마치 태양전지식 전기면도기가 한곳에 모여 충전을 겸한 신앙 고백 집회라도 열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 북유럽에서 그리스로 와서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을 비유한 문장
p79 여성은 화를 내고 싶은 일이 있어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화내고 싶으니까 화를 내는 것이다. 그래서 화를 내고 싶을 때 화를 내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골치 아픈 일이 생기게 된다
-> 금요일에 돈을 찾지 않은 하루키에게 화를 내는 와이프에 대한 말. 굳이 굵은 글씨로 해 놓았다 ^^; 하루키의 요청이었을까?
p214 소설을 쓰면서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죽고 싶지 않다. 죽고 싶지 않다라고 계속 생각한다.
-> 소설가들이나 글을 쓰는 사람들이 항상 이렇게 절박한 마음으로 쓰는 것일까? 이렇게 절박한 상태로까지 자신을 몰아넣어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글이 나오는 걸까?
p389 사이드 브레이크는 확실히 성능이 괜찮았지만 이번에는 주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병아리를 목 졸라 죽이는 것 같은 비통한 소리가 난다
-> 로도스에서 빌린 피아트 우노에 대한 비유. 감수성이 예민해서 차를 운전할 때도 이런 식으로 느낌을 가지는 걸까.
p432 이렇게 어리석을 정도로 '외길 인생'을 걷는 장인 기질을 가진 사람을 종종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탈리아의 좋은 점이다
-> 키안티 지방에서 소개받아 갔던 양조장 주인의 포도주에 감탄하면서. 이탈리아의 힘은 역시 이런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이겠지. 그 엉망인 정치 사회에도 불구하고.
p440 내가 갖고 있는 미국 가이드북을 보면, 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군 GI가 보낸 편지가 1960년대가 되어서야 겨우 도착했다는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 정말 엉망인 이탈리아의 우편 제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p471 굴드의 음악에서 볼 수 있는 장대한 우주를 여기서는 느낄 수 없다 그렇지만 우주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나름대로의 세계는 존재한다
-> 음악에서 장대한 우주를 느끼는 건 어떤 것일까?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사람들을 보면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을 공감각적으로 느끼는 묘사를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어떤 느낌일까.
p479 아내는 그저 씩씩거리고만 있어도 되지만 남편은 해결책을 궁리해야 한다 그것이 세상사라고나 할까, 숙명인 것이다 말해봐야 소용없지만 참 불공평한 숙명인 것이다
-> 오스트리아에서 고장난 이탈리아 차 때문에 화가난 아내에 대한 묘사. 말이 필요 없다 ㅋㅋㅋ
p488 "글쎄 어떨지" 아내는 차갑게 말한다 마치 가벼운 주술이라도 거는 것 같다 그렇다 - 대다수의 유부남들은 아마 잘 알고 있겠지만 - 아내가 대화의 마지막에 내뱉은 한마디는 대개의 경우 가벼운 저주인 것이다
-> 아내와의 가벼운 언쟁에 대한 하루키의 묘사는 다른 것들도 그렇지만 정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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