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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반역 패자의 슬픈 낙인

halatha 2009. 12. 1. 21:49
2009.11.29~12.01

요즘에는 예전과 달리 다양한 주제의 역사서들이 나와서 책 읽는 재미가 좋다. 대개는 주제 자체가 새로운, 예를 들면 예전에는 아예 관심조차 가지지 않던 평민들의 생활에 대한 책같은, 것들만 보기 쉬운데, 이렇게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보는 책 또한 재미있다.
이 책은 조선의 역사를 반역이라는 관점에서 본다. 반역이 주제이기 때문에 일어났던 시기를 중심으로 띄엄띄엄 서술하지만, 워낙 많은 일들이 있어서 주요한 시기는 거의 빠지지 않는다. 대부분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구나 싶기도 하다. 다루는 시기가 번외편의 도적 이야기를 제외하고도 태조~태종, 단종~세조, 선조~인조, 경종~순조, 고종의 시기이니 왠만한 시기는 빠지지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읽고 보면 도대체 조선 시대 때 일반 백성이 살기 편했던 시기가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또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흔한 말이 정말 너무나 잘 들어맞는 사건들이 많아 도대체 내가 흔히 듣던 (이전 시대에 비하면, 물론 나는 동감하지 않지만)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조선이라는 나라는 어디 갔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내 입장에서는 반역 자체의 이야기보다도 일반적인 관점과는 다른 평가를 내리는 부분이 더 재미있게 다가왔다. 조사의의 난 배후에는 태조 이성계가 있었다거나, 중종, 선조, 인조, 고종이 멍청한 것이야 알고 있지만 저자는 정말 최악의 평가를 내리고, 성종은 뛰어난 대왕으로 알려져있지만 실상은 정말 조선 역사에 보기 드문 정치력을 발휘한 대단한 왕이라고 평가하는 부분등이 흥미로웠다. 마구잡이로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록등의 역사서를 바탕으로 저자의 추론을 덧붙여 이야기하기때문에 꽤 설득력이 있다. 김종서의 죽음이나 선조 - 원균 - 이순신의 관계, 사도세자에 대한 저평가 등 하나하나가 참 재미있는 주제들을 잘 곁들여서 - 물론 사건 자체와 얽혀있어서 그렇지만 - 썼다는 생각이 든다.
책 자체는 재미있지만, 요즘의 현실과 비교해 생각해보면 참 씁쓸함이 가시지가 않는다. 승자의 기록에 의해 폄훼당하는 패자의 현실이나 대책없는 승자에 대한 용비어천가가 어디 조선 시대만의 이야기이던가. 지금도 진행되는 현실을 지켜보며,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을 곱씹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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