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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제텔카스텐

halatha 2022. 3. 26. 00:29

작업 환경이 자신의 작업 리듬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하다면, 저항에 부딪혀 고군분투할 필요가 없어진다. 크게 성공한 사람들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성공은 저항을 극복하는 능력이나 강인한 의지력의 결과가 아니라 애초에 저항력이 생기지 않게 방지하는 스마트한 작업 환경의 결과라는 것이 여러 차례 입증되었다.
직관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한 아이디어에는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인상적인 결과를 얻으려면 그만큼 인상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추정하기 때문이다.
헨리 포드 Henty Ford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컨베이어벨트처럼 단순한 물건이 어째서 그토록 혁명적인지 납득하지 못했다.

(정말 필요한 건 뭐든 simple하게 하는 거 일수도. routine한 flow를 만드려는 나의 노력도 이런 거와 이어지는 게 아닐까)

본질에 집중하고, 불필요하게 일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일은 언제나 그렇다. business의 본질에 집중하라고 내 부서원들에게 강조하지만 정작 나는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NASA의 볼펜 이야기가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건 처음 알았다)

좋은 도구라면 이미 갖추어져 있는 것에 추가기능이나 선택 사양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주요 작업에서 집중이 분산되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여러가지 복잡한 기능보다 단순하더라도 중요한 기능을 제대로 지원하는 게 더 중요할지도. Dropbox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전형적인 예)

결국 포장부터 배송, 선박 디자인부터 항만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배송 체인을 이루는 모든 부분을 하나하나 조정한 뒤에야 컨테이너의 잠재력이 완전히 발휘되기 시작했다.

(역시 내가 요즘 강조하고 있는 end to end, 전체 기능이 고객에게 완전히 전달되는 걸 우선시하라고 이야기하는 부분과도 연결되는 이야기)

한곳에 메모가 쌓여 임계치에 도달하려면 표준화된 포맷이 필요하다. 포맷과 저장 장소가 많아지면 그만큼 불필요한 결정을 해야하거나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문제들이 발생할 뿐이다. 반면 포맷을 표준화하면 이런 문제가 제거되어 생각하고 글 쓰는 과정이 쉬워지는 계기가 된다. 모든 메모가 같은 장소에 같은 포맷으로 보관되는 것만으로도 이들 메모는 나중에 모이고 합쳐져서 새로운 것이 될 수 있다. 또한, 어디에 보관하거나 적어둘까 하는 문제로 생각을 허비할 필요도 없게 된다.

(표준화의 중요성은 기술뿐만 아니라 글쓰기에서도 필요한 걸까?)

사람들은 글쓰기 과정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 책장에서 글쓰기에 관한 학습서나 자기개발서를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서 처음 몇 페이지를 훑어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올 확률이 높다.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집중할 측면을 좁히고 연구 분석 대상이 될 명시적 질문을 만드는 것이 그 첫걸음이되어야 한다. 거의 모든 책이 이처럼 주제 선정을 첫 번째로 필요.한 단계로 꼽고 다른 것은 모두 그 뒤에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글쓰기는 그렇게 선형적이고 순차적인 것이 될 수 없다.
모든 지적 시도는 기존 선개념 preconception”에서 출발한다. 그런 다음, 심화 조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선개념은 바뀔 수도 있고 그 뒤로 이어지는 시도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이것이 바로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 Hans Georg Gadamre 교수가 명명한 해석학적 순환 hermeneutic circle 이다.

좋은 작업 흐름은 선순환으로 쉽게 바뀐다. 긍정적 경험이 동기부여가 되어 다음 일을 편하게 착수할 수 있게 되고, 현재 하는 일을 더 잘 하게 되면 그 작업을 즐길 가능성이 더 커지는 등 희망적인 상황이 이어진다. 하지만 늘 일이 정체된 듯 느껴지면 의욕을 잃고 일을 뒤로 미룰 공산이 훨씬 커진다. 그러면 긍정적 경험은 거의 남지 않고 마감일을 맞추지 못하는 등의 나쁜 경험만 쌓여 결국, 실패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운동을 싫어하지만 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지속 가능한 운동 루틴을 세우도록 딱 한 가지에만 초점을 맞춘다. 바로 만족스럽고 반복할 수 있는 스포츠 경험을 창조하는 것이다.
피드백을 피하지 않고 추구하는 것, 이것이 바로 배우고자 하는 사람, 혹은 심리학자 캐럴 드웩 Carol Dweck의 용어를 빌자면,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덕목이다… 성장적 사고방식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칭찬받는 것(외면적 보상)에 기쁨을 느끼는 대신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는 데(내면적 보상)에서 기쁨을 얻는다는 것이다. 전자를 지향하다 보면 안전하고 입증된 영역에만 고착되고 만다. 후자를 지향하면 발전이 가장 필요한 영역에 주목하게 된다.
이해한 것을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은 글을 쓰는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능력이다. 이렇 해야만 자신의 이해력 부족을 깨달을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자기 말로 더 잘 표현하는 연습을 하다보면 더 쉽고 빠르게 메모할 수 있어서 그만큼 학습 경험 횟수도 증가한다. 이런 원리는 어떤 텍스트에서 중요한 부분과 덜 중요한 부분을 구별할 줄 아는 능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두 가지를 잘 구별할수록 효과적인 독서가 이루어지고, 그러면 더 많이 읽을 수 있게 되어 더 많이 배우게 된다.

멀티태스킹했던 사람들은 스스로 느끼기에는 생산성이 증가한 것 같았지만, 실제 그들의 생산성은 감소했다… 멀티태스킹이 작업의 질과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이 아니라, 한 번에 한 가지 이상의 일을 처리하는 능력 자체도 손상시킨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주의력만 제한적인 자원이 아니다. 단기 기억 역시 제한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해되지 않는 것보다 이해되는 것을 기억하기가 훨씬 더 쉬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자이가르닉 효과 Zaigarnik effect 라 부르는 현상이다. 즉, 미완의 과제는 과제가 완료될 때까지 우리의 단기 기억을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과제의 중요도와는 상관없이 끝내지 못한 과제를 생각하느라 쉽게 정신이 분산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자이가르닉의 후속연구 덕분에, 우리 뇌가 미완의 과제에 대한 생각을 멈추게 하려면 반드시 그 과제를 완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려졌다. 그저 나중에 그 과제를 관리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도록 글로 적어두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 우리 뇌는 실제 완료한 과제와 메모를 적어 뒤로 미룬 과제를 구별하지 못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적음으로써 그것을 문자 그대로 우리 머리 밖으로 내보낸다. 데이비드 알렌의 “GTD” 시스템이 효과가 있는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처럼 흐르는 마음”을 지니는 비결은 모든 사소한 일을 단기 기억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모든 일을 최종적으로 관리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신뢰할 수 있는 외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음, 해야 할 많은 일들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을 모두 그곳에 보관해 두고 그 일들을 잃지 않을 것이라 믿어야 한다.

한 번에 한 가지만 겨냥하는 주의력, 한 번에 일곱 가지만 기억하는 단기 기억력, 이들과 함께 제한된 자원으로 꼽히는 세 번째가 바로 의욕, 또는 의지력이다.

(한 번에 일곱 가지가 아니라 대략 네 가지)

아주 오랫동안 의지력은 자원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성격적 특성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오늘날에는 의지력을 근육에 비유한다. 금세 고갈되고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하나의 제한된 자원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의지력은 어느 정도까지는 훈련을 통해 향상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시간과 노력이 든다. 대개 이 현상을 논할 때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전에 이미 의지를 발휘한 탓에, 의지적 행동(환경 통제, 자기 통제, 선택, 행동 착수)에 들어가는 자아의 능력이나 의향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가리킬 때 자아 고갈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신뢰할 수 있고 표준화된 작업 환경이 우리의 주의력과 집중력, 의지력, 혹은 이런 표현도 괜찮다면, 자아에 부담을 덜 준다는 주장은 마음 놓고 해도 된다. 의사결정이 세상에서 가장 지치고 피곤하게 만드는 일 가운데 하나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버락 오바마나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은 오직 두 가지 색상, 즉 짙은 파란색이나 짙은 회색 정장만 입는다. 이렇게 하면 아침에 해야 하는 결정 거리가 하나 줄어들어서 정말로 중요한 다른 일에 쓸 수 있는 정신적 자원을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연구와 글쓰기를 체계화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내려야 하는 결정의 양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논문에서 어떤 부분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에 대한 결정, 여러 메모 사이의 연결 관계, 텍스트의 구성 등) 내용에 관련된 결정은 그때마다 꼭 해야 하지만, 체계와 관련된 부분은 하나의 시스템을 정함으로써 대부분 미리 최종적으로 결정해둘 수 있다. 이를테면 재빨리 몇 자 메모할 때는 항상 같은 공책을 사용한다든가, 늘 같은 방식으로 텍스트의 주제를 뽑아낸다든가, 선택된 주제를 항상 같은 종류의 영구보관용 메모로 만들어 늘 똑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작업 시간 중에 결정해야 하는 가짓수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정신적 에너지를 아낄 수 있고 이를 더욱 더 유익한 과제에 쏟아부을 수 있다.

(중요한 업무를 하기 위해 가능한 결정에 사용할 정신 에너지를 아껴야 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은 정해놓은 방식으로 하는게 좋다는 이야기)

세계 최고의 과학자나 사상가도 확증편향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그들이 일반인과 다른 점은 이 문제를 의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롤모델로 찰스 다윈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이론에 가장 비판적인 주장들을 억지로라도 기록(하며 상세히 기술)했다.

텍스트의 주어진 틀 너머로 생각하는 능력

저장 능력에서 검색 능력으로 관심을 옮기는 것은 일리가 있다. 학습이란 하드디스크처럼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적절한 순간에 억제 메커니즘을 회피할 수 있도록 정보와 정보 사이에 다리를 놓아 연결하는 것이다. 이때 반드시 올바른 신호가 적절한 기억을 촉발하게 만들고, 필요한 때에 가장 유용한 정보를 기억하도록 전략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유용하고 진정한 학습이 이루어지려면 한 가지 정보에 의미 있는 맥락을 최대한 많이 연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교 행위가 우리의 자연스러운 지각 형태…뇌는 집중할 때보다 훑어볼 때 오히려 자세한 부분들을 알아차릴 공산이 더 크다.

외견상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것처럼 보이는 과정 이면에서 단순한 원칙을 발견함으로써 과학적 연구의 돌파구가 마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버거 Burger와 스타버드 Starbird에 따르면, 하늘을 날기 위한 인간의 오랜 시도에 관한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들은 처음에 날개처럼 생긴, 깃털 달린 기구를 퍼덕이며 새를 흉내 내려고만 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실패의 쓴맛을 봐야 했다. 그러다가 날개의 세세한 부분에 정신이 팔리는 대신 오로지 날개의 절묘한 힘이 중요하다는 단순한 사실을 발견한 뒤부터 장족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단순한 아이디어들은 일관된 이론으로 한데 묶여 엄청난 복잡성을 구축할 수 있다. 반면, 처음부터 복잡하고 어려운 아이디어들은 이것이 불가능하다.

(단순함의 중요함)

브레인스토밍의 단점

처음에는 익숙함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느껴지지만, 그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 대부분이 실제로는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뿐이다. 스스로의 전문성이 높아질수록 자신의 독창성에 대한 믿음은 줄어드는 반면, 세상에 진정으로 새로운 기여를 할 수 있는 능력은 높아지는 법이다.

(글을 좀 더 잘 쓰기 위한 tip?)

예전만큼 초콜릿을 먹고, 예전만큼 자주 체육관에 가고, 예전과 같은 일로 파트너와 다툴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좋은 의도는 대체로 아주 오래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런 건강에 대한 비유는 흔히 쓰이는 거였나? 요즘 읽다보니 자주 만나는 거 같다. 내가 사용한 예가 나쁘진 않았다는 생각도 들고)

오래된 습관을 깨뜨리려 노력하거나 의지력을 동원해서 억지로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낡은 습관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습관을 전략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루틴을 개발하면 그 즉시 우리는 직관적으로 옳다고 느끼는 일을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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