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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halatha 2011. 6. 13. 12:05

상실의시대:원제노르웨이의숲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문학선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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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2
책의 존재를 안 것은 대학 시절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손이 가지 않았고, 어쩐지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여태까지 방치해두고 있었다. 읽으려고 하다가 지난 번 그냥 비행기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져갔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안 좋았던 기억(전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도 아니고, 비행기 안에서 너무 피곤하기도 했고)때문에 선뜻 펼쳐보지 못하다가 언제 읽어도 즐거운, 지난 번 공원에 가면서 가져갔던 '먼 북소리'로 인해 다시 읽을 생각을 하게 되었고 오늘 드디어 읽었다.
와이프의 말처럼 먼 북소리와는 전혀 다른, 유쾌한 구석이 없는 우울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왠지 쉽게 읽혔다. 책을 읽으면서 줄곧 생각했는데, 뒤의 서평이나 여러가지 하루키 현상에 대한 글에서도 나오지만 우선 내용이 누구나 공감하기 쉬운 젊은 시절의 사랑 이야기이다. 일본색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실연에 대한 이야기라 대부분 공감이 간다. 게다가 뒤의 해설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이지만 주요 인물들이 모두 삼각 관계를 이루고 있다(꼭 육체적이 아니라도 정신적으로도). 그리고 시기적으로도 이념의 시기가 끝난 직후, 물질의 시대(?)로 이행하는 시기이기에 젊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 만한 요소가 더 크단 생각이 든다. 일본의 70년을 전후로 한 이야기이지만, 사실 시대 배경만 빼고 보면 우리나라의 90년대에 가져와도 전혀 무리가 없다.
읽고 난 뒤 생각은 솔직히 그렇게 오랜기간 베스트셀러가 되고, 세계 각국에 번역 출간될 만큼 명작인지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나야 문학 평론을 할 능력은 전혀 없으니까, 당연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매력이 있다는 것 하나는 확실한 거 같다. 그리고 주인공이 회상을 하며 시작하는 그 나이가 30대 후반이라는 것도 그 나이가 가까워져 가는 나에게 공감을 주는 또 다른 이유인 것 같다. 또 하나는, '먼 북소리'를 기억해보면 하루키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이 37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10대를 회상하면서 쓰기 시작했을까? '먼 북소리'에서 나오는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정말 잘 겹쳐졌기 때문에 더 쉽게 읽혔던 것 같다. 왠지 대학 때 이 책을 읽었다면 그냥 한 번 읽고 말았을 것 같다. 하지만 30대 중반이 되어 읽은 지금, 왠지 앞으로도 계속 곁에 두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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