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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미래

halatha 2009. 11. 6. 09:48
2009.11.03~06

저자는 역사속의 초강대국에 대해서 소개를 하고 현재의 초강대국인 미국이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기술하였다. 간단히 얘기하면 미국이 지금은 초강대국이지만 이전의 초강대국들이 그 위치를 잃었던 역사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곧 부상하는 다른 세력들중 하나에게 초강대국의 지위를 상실하게 될 것이란 경고이다.
저자는 초강대국이란 단순한 강국이 아니고 전지구적인 관점에서 동시대의 다른 나라들을 압도하는 경제력이나 군사력을 지닌 방대한 지역과 다수의 인구에 영향력을 가지는 나라라고 설명한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아케메네스 왕국, 알렌산드로스 대왕, 로마, 당, 몽골 네덜란드, 영국, 미국을 그 예로 들고 있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스페인, 오스만 투르크, 명은 초강대국이 될 뻔했지만 되지 못했던 나라로 분류했다.
그럼 어떤 나라가 초강대국이 될 수 있는가? 그녀의 주장은 (선택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의) 관용으로 이민족들을 끌어들일 때 경제적, 문화적, 군사적으로 강력한 추진력을 얻어 초강대국의 지위를 얻게 된다고 설명한다. 물론 여기서의 관용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의미의 관용이 아니다. 과거의 제국들부터 현재의 미국에 이르기까지 인종 차별이나 경제적, 심지어는 법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이 평등했던 나라는 역사상 존재했던 적이 없고, 앞으로도 아마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저자가 주장하는) 관용은 예를 들어 로마가 누미디아의 기병이나 크레타 궁수처럼 각 기능별 부대를 편성해 로마 군단과 함께 움직였던 것이나, 유대인들을 끌어들여 주식시장을 만들고, 은행을 만든 네덜란드나 영국과 같은 경우의 관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류의 관점이 나에게 신선한 것은 아니었지만, 네덜란드를 최초로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력만으로 초강대국을 일궈냈다면서 일반적인 역사서보다 좀 더 높게 평가한 것이나, 간디나 네루가 한 때 자신들이 대영제국의 충실한 백성임을 천명했던 것, 미국이 최초의 이민자로 이뤄진, 민주주의 초강대국이라는 것은 미처 몰랐거나 생각지 않았던 점이었다.
하지만 오스만 투르크가 페르시아와 합스부르크 왕국과 모스크바 공국에 둘러싸인 국부적인 정권에 지나지 않았다는 평가같이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도 분명히 있다. 페르시아나 모스크바 공국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지만 대략의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표트르 대제 이후 러시아가 부상할 텐데 그 이전의 러시아를 생각해보면 땅만 넓었고 - 게다가 시베리아는 당시 러시아 땅도 아니었다 - 국력은 형편없는 평범한 나라에 불과했고, 합스부르크는 유럽의 강자이기는 했지만, 프랑스도 제압하지 못한 유럽 대륙의 1인자에 불과했다. 그에 비하면 오스만 투르크는 저자도 말했듯이 술레이만 대제 시절까지는 주변 모든 나라들을 - 아마 동시대의 전지구를 통털어도 - 압도하는 경제적, 군사적, 문화적 대국이자 제국이었으니 저자의 평가 관점에서도 초강대국에 들만한 나라이다. 미국도 저자의 관점에서는 공산주의가 무너진 90년대 말부터서야 초강대국의 시절에 접어들었고 21세기가 되자마자 EU나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중국계 '미국인'이란 점에서 어느 정도는 편견이 들어가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이런 류의 책에서는 드물게도 저자는 끝에 자신의 개인사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였는데, 그것을 읽고 나면 이런 책을 쓴 배경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로스쿨을 나와 아이비리그 대학의 교수가 된 이민자 2세이니, 성공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맛보게 해준 새로운 조국의 현실이 안타까웠을 것이고 그런 감정이 약간은 섞여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민자의 후손들이 저정도 사회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나라도 과거의 로마를 제외하면 미국밖에 없으니(오바마가 과연 트라야누스가 될지 셉티미우스 세베루스가 될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전반적으로 볼 때 책의 흐름이나 관점이 그다지 틀린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제국 사이에 끼인 대한민국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같은 노골적인 선전 문구가 아쉽기는 하고, 전략적이고 선택적인 관용은 커녕 평범한 노동자 계층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이런 책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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