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 살해 사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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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 살해 사건

halatha 2009. 10. 26. 23:52
2009.10.19~20/26


- 책 제목은 조선 선비 살해 사건보다는 차라리 조선 선비 피살 사건이 더 맞지 않을까. 내용으로 보면 결국 사화 중심의 조선 전기 역사인데, 조선 선비 살해 사건이라니... 설마 저자가 선택한 제목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근 몇년간 한국 역사에 대해서 가장 재미잇게 읽었던 책들을 쓴 사람인데. 실제로 여전히 대중적인 인기도 있고.

- 시스템이 갖춰져도 결국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니 사람의 성격이나 이념에 따라 그 결과는 큰 차이를 나타낸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바로 몇 달전 전직 대통령이 말도 안되는 법적 올가미에 얽혀 결국 자살을 하고 말았으니 수백년 전의 상황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단지 그런 역사가 수백년 전부터 여전히 반복되는 것을 보면 결국 인간성에 대한 환멸만이 느껴지는 게 아쉬울 뿐.

- 국사에 대한 책을 읽다보면 점점 더 느끼는 것이 조선 시대에 과연 명군으로 불릴 만한 임금이 몇이나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나마 이견의 여지가 없는 것이 세종이나 영조, 정조 뿐?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다지만 이 대왕들에게도 따지고들면 찾을 수 있는 헛점이 꽤 많으니 그 밖의 왕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단지 그동안 어이없는 국사 교육과 엉터리 사극들로 인해 성종이나 중종같은 인물들도 성군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게 웃기는 일일뿐. 하긴, 선조도 성군으로 아는 백치들도 있는 판인데 뭐.

- 권문세족의 발호에 대한 반동으로 신흥사대부가 조선을 건국했지만 훈구파가 되었고, 이에 대항해 사림파가 결국 살아남았지만 최종적으로는 노론이 되었고, 남인이 잠시 대항했지만 결국 세도정치로 귀결되었고, 그 뒤는 친일파, 독재세력... 정말 암울한 역사다. 뭐 제대로 하는 시기는 100년에 10년도 안되니... 그럼 2천년대도 이젠 다 끝난건가...

- 사림파도 결국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당파였을 뿐이다. 단지 공존의 법칙이 없던 시대에서 훈구파와 싸우는 와중에 계속 당했기 때문에 정의롭게 보였을 뿐, 그 뒤의 행보를 보면 결국 민중의 삶에 해악이 되었던 것은 권문세족이나 훈구파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 망령이 살아남아 이 시대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니 이념의 힘이란 정말 무섭구나.

- 아무튼 결론은 지금까지 읽은 이덕일의 책들 중 가장 별로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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