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티나 예배당의 비밀 : 바티칸의 심장에 숨겨놓은 미켈란젤로의 비밀 메시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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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티나 예배당의 비밀 : 바티칸의 심장에 숨겨놓은 미켈란젤로의 비밀 메시지

halatha 2010. 1. 9. 00:10
2009.01.04~08

제목 그대로 시스티나 예배당의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에 숨겨진 비밀 메시지가 있고, 그것을 해석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책 뒤에는 여느 책들처럼 여러 매체들이나 전문가들이 언급했다는 이 책에 대한 찬사들이 씌여있다. 하지만 보통 이런 '비밀'을 밝혀냈다고 주장하는 류의 책들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것만큼의 의미를 갖지는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분명히 흥미를 끌만한 책이지만, 저자들이 알아낸 '비밀'이 그만큼 엄청난 것인지는 좀 더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거 같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은 회화가 다층적 의미를 갖도록 구성하는데 능숙했다. 그래야지 감상자들이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해 오래도록 기억되는 작품이 될 뿐만 아니라, 당시의 화가들은 지위가 낮아 주문자의 요구대로만 그려야 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메시지를 표현하려면 숨길 수 밖에 없었다.
2. 미켈란젤로도 다른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런 메시지를 시스티나 예배당의 프레스코화에 넣었는데, 그 메시지는 피렌체의 메디치가에서 양육되던 시절에 교육받았던 유대교의 카발라, 미드라시, 탈무드 등에서 유래가 된 것이다. 즉, 가톨릭 교회의 한 복판에 세워진 예배당의 프레스코화는 사실 가톨릭의 정신보다는 유대교의 이상을 표현하고 있다.
3. 그 증거는 우선 그림에 나타나는 주인공들은 모두 유대인들이고, 표현도 가톨릭 성경의 것이 아니라 유대교 경전의 내용을 따른다. 예를 들어 노아의 방주는 배의 모양이 아니라 상자의 모양으로, 요나와 같이 그려진 물고기는 요나를 삼키는 거대한 고래가 아니라 그냥 큰 물고기로 등등. 또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등장인물의 몸의 형태를 통해 유대교 신비주의와 관련이 있는 히브리어 글자들을 나타내고 있고, 그림의 구성 또한 유대교의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또 형태적으로도 정면의 벽은 유대교 경전에서 표현하는 모세가 받아온 십계명 돌판의 형태를 하고 있다.
4. 그가 좋아하는 조각을 하지 못하고, 싫어하는 회화를 하게 만든 율리우스 2세에게 잘 나타나지 않지만, 다양한 욕설의 의미를 담은 몸짓을 곳곳에 숨겨 가톨릭 교회를 모독하고 있다.
솔직히 읽으면서 재미는 있었지만, 유대교 신비주의가 신플라톤주의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도 모르겠고, 어느 정도는 설득력이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를 반복하면서 유대교의 정신을 구현했다는 설명이 나오니 좀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었다. 물론 저자들은 각각 미켈란잘로의 작품이나 미술 전반에 대해, 또 유대교 경전에 전문가들이다(한 명은 랍비, 한 명은 여러 분야의 인문학 전문가). 하지만 그들이 이미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유대교의 지식과 그에 호의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그것을 찾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히려 이런 부분보다 라파엘로의 그림에도 이런 비밀 메시지들이 있다고 하는 부분이나, 이 프레스코화에는 유독 미켈란젤로가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는 점 등 전반적으로 얽혀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흥미를 갖게 해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었던 생각은, 유대인들의 대단한 점은 오히려 모든 것이 자기네한테서 나왔다고 계속 주장을 해서 사람들이 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점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물론 실제로도 대단하지만). 솔직히 과학, 예술, 철학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책을 읽을 때마다 유태계가 아닌 사람이 없다. 동서 유럽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위인들은 다들 유대인 출신인 것 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게 따지만 도대체 실제로 그들의 인구가 얼마나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도 미켈란젤로가 유대인들에게 호의적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시스티나 성당의 프레스코화 역시 다른 위대한 작품들처럼 끊임없이 사람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고 재해석될 것이라는 점 뿐인 거 같다.

cf. 2009/12/29 - [Life] -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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