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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과학

halatha 2010. 1. 3. 10:43
2008.12.29~2010.01.02

흔히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것이고, 마음 속에 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안다. 진중권의 현대 미학 개론에서 나왔던 것처럼 코미디언과 가수나 탤런트의 외모를 비교하면 십중팔구는 후자를 선택한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부분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평가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다수에게 지지를 받는 쪽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이 책은 그런 일반적인 사람들의 통념을 뒤집고, 아름다움이 키나 체중처럼 과학적[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라고 말한다. 즉, 하나 둘 철학의 영역을 침범하며 영토를 넓혀온 과학이 이제는 고대로부터 미학[철학]의 영역이었던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던 아름다움마저 뺏어오려는 것이다.
예전에는 보통 아름다움은 사회화를 통해 하나의 통념을 가지고 사람들은 그에 따라 평가를 한다고들 생각을 해왔다. 예를 들어 하얀피부는 역사적으로 햇볕 아래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자들의 전유물이어서 동양이든 서양이든 하얀 피부를 선호했던 것이고, 그런 사회화의 과정을 통해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이 아름답다는 관념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다양한 실험과 예를 들어 반박하고 아름다움은 과학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편견이 형성(이 시기는 대략 생후 9개월부터라고 한다)되기 전인 아기가 누가봐도 미인인 사람들에게 더 잘 웃는다던가, 사람들에게 직업, 재산, 학력 등 모든 정보를 배제하고 오로지 얼굴만 있는 사진을 보여줬을 때 얻는 점수를 볼 때 눈, 코, 입이나 얼굴 크기 등이 일정 비율을 갖는 경우에 더 높은 점수를 얻는다는 것 등 일부의 경우 정말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 다양한 실험 결과와 새로운 주장을 소개해주고 있다.
저자는 이런 자신의 주장을 위해 여러 연구자들의 실험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주제는 진화 심리학, 진화 생물학, 신경 미학, 좋은 유전자 가설, 나쁜 유전자 가설 등 매우 다양하다. 아름다운 여자들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자들과 만나기 때문에 아름다운 유전자는 사회 계층적으로 불균등하게 분포한다라든가, 아름다운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변에서 받기 때문에 호감을 주는 성격을 가지게 되고, 그것이 사회적인 성공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등, 알고 있건 혹은 모르고 있건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실험 결과들을 볼 수 있다.
물론 마지막에는 행복이 아름다움과 의외로 높지 않은 상관관계를 가지며, 나이가 들수록 그 격차가 줄어든다고 마무리하는 것을 볼 때 자신의 주장이 가져올 수도 있는 어느 정도의 파장은 생각한 거 같다. 역자 또한 통계는 통계일 뿐 해석하기에 따라 여러가지 결론이 나올 수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이 솔직히 그렇게 놀랍지만은 않다. 어차피 우리는 주변에서건 사회에서건 생김새만으로 이득을 얻는 사람들 - 머리 빈 정치인이나 연예인 혹은 외모를 이용해 바람을 피는 많은 남녀 - 을 수없이 볼 수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외모 지상주의가 너무 극심해 성형 관련 산업이 번창하고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너무 심하다고 걱정하는 이야기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저자가 말했던 것처럼 이것은 고대로부터 있었던 일이고, 단지 최근에는 미디어나 인터넷의 발달로 그 현상은 너무 쉽게 접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을 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외모에 대한 선호가 유전자의 탓이건, 인간 본성의 탓이건, 철학적이건 과학적이건 간에 확실한 것은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 뿐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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