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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조선의 글쟁이들

halatha 2010. 1. 11. 23:03
2009.01.10~11

조선의 여러 문인들의 글을 중심으로 한 그들의 삶에 대한 평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사람들도 있지만, 어지간히 조선 역사에 밝지 않으면 모를만한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들에 대해 썼다. 특별히 저자만의 새로운 해석이 있다는 생각은 그리 들지 않았지만, 이 달 같이 이름조차 몰랐거나, 강희맹, 유몽인 같이 이름만 알던 인물들에 대해 조금 알게 된 점이 좋았다. 특히 송강이 그 감성적인 글과 달리 정치적으로는 사화를 일으킨 인물이었던 것 처럼 강희맹은 정치적으로 전형적인 아첨꾼의 삶을 살았다는 것은 조금 놀라운 일이었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어 좋았다. 반대로 신숙주의 배신에 대해, 시대에 따라 절의의 기준이 다르다면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조금 불쾌했다. 굳이 유교적인 잣대가 아니어도 신숙주의 행동은 시대나 장소에 관계없이 배신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드는 아쉬움은 우리 역사에서는 이른바 '혁명가' 스타일의 인물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율곡이나 퇴계는 자신들의 학문적 성취나 인품에 관계없이 유학의 절대화에 기여해 붕당의 시초가 되어버렸고, 사실상 조선 후기 최고의 학자인 정약용의 경우도 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역시 삶이나 사상에서 유교적인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내가 보는 눈이 짧아서일지 모르겠지만, 그 밖의 인물들은 제 아무리 천재라 할지라도 결국 시대에 순응하거나 한계를 벗지 못해 좌절하고 유랑을 하며 세월을 보냈다. 우리 역사에는 진정으로 사회를 변혁시켜 백성의 삶을 나아지게 해주는 목표를 달성하는 큰 인물을 보기는 힘든걸까?(슬프게도 좌절한 사람들은 몇 있다) 책을 덮고 나니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왠지 모를 씁쓸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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