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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투쟁

halatha 2010. 8. 23. 18:27
2010.08.20~21
왕의투쟁조선의왕,그고독한정치투쟁의권력자
카테고리 역사/문화 > 한국사 > 조선시대 > 조선왕조사
지은이 함규진 (페이퍼로드,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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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연산, 광해, 정조. 조선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왕들의 행적을 바탕으로 왕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이른바 '제왕학'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쓴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든 생각은 조선의 한계는 처음부터 성리학* (사실상 주자학)을 나라의 규범으로 삼으면서 태생적으로 규정되어 있었고, 그것을 뛰어넘는 왕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신기하게 500년간 지속이 되었을 뿐 사실상 빛나는 시기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는 점이다.
결국 저자나 저자가 소개한 다른 학자들의 평가에 따르면 태종이 양녕대군이 아니라 세종을 선택하는 순간, 이후 조선의 큰 운명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시오노 나나미가 이야기했던 카이사르 - 아우구스투스의 역할 및 관계가 조선에서의 태종 - 세종의 그것과 비슷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자는 유럽을 만들었고, 후자는 조선을 만들었을 뿐.
책을 쓴 시기가 노무현 대통령 때여서 그런지 그에 대한 짧은 언급이 들어가 있는데 이 부분은 심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성리학적인 가치하에서 왕들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통념과 달리 얼마나 많은 제약과 압력 속에서 골치아픈 행정과 정치를 해야 했는지를 4명의 왕의 예를 통해 일반 독자 수준에서는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비교적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 조선의 역사를 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며, 조선 왕조 실록을 비롯해 빛나는 문화 유산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상 전기의 세종, 후기의 영정조 시기를 제외하면 딱히 조선 왕조가 역사적으로 성과를 거둔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나마 어느 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다른 왕의 예라고 해봐야 그나마 세조, 성종, 중종, 효종, 현종, 숙종 정도인데, 사실 그 뒤 집권 세력의 미화에 힘입었을 뿐 특별한 성과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특히 중종은 사림 집권 이후 가장 혜택을 본 꼭두각시에 불과하며, 세조는 훈구파의 전횡이 가장 크게 남았고, 효종, 현종은 왕은 혹시 현명했는지는 몰라도, 인조가 다시 망쳐놓은 나라 형편때문에 뭘 해보지도 못할 시기였고, 숙종이야 정치 감각만 좋았던 것 같다. 성종은? 빼도 박도 못하게 주자학의 세계를 만들어 뒤의 왕들에게 더 큰 부담만을 안겨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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