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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

halatha 2009. 11. 8. 01:13
2009.11.07

올해 초 정조에 대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신문들이 대서특필을 한 적이 있었다. 정조와 노론의 영수였던 심환지 사이에 어찰들이 오고 간 것을 한 교수가 찾아냈는데 그 내용이 정조독살설이 거짓임을 밝혀내는 중요한 사료가 된다는 것이었다. 전문이 실린 것도 아니고, 거기 씌인 한문들을 해독해 시대적인 배경과 연관시켜 해석할 능력도 못되지만, 기사의 내용으로 볼 때 정조독살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밝혀냈다는 것인지 납득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기사를 읽어보면 결국 심환지와 밀지를 주고 받을 정도였기 때문에 정조 독살의 배후가 아니고 오히려 (비밀) 심복이었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물론 정조독살설도 '설'이고 이미 200년 전의 일을 증명할 과학적인 방법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밀지가 오갔으니 친밀한 사이여서 독살할 리가 없다? 이건 아예 학문이길 포기한 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덕일 교수의 책이 인기는 있지만 일단에서는 인기를 쫓아 자극적인 내용만 쓰며 그 역시 자기가 생각한 틀에만 맞춰 내용을 껴맞추려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책에서도 문제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노론 시절의 성리학 사상 검열이나 일제 식민 사관의 후예들에 의해 조작된 역사보다는 훨씬 설득력있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하긴 일제시대를 발전의 시대로 보는 놈들이 권력을 잡은 나라에서 정상적인 역사 기술을 바라는 게 난망이긴 하다.
이 책에서는 크게 4가지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것은 한사군, 삼국사기, 조선 중후기, 독립군 문제를 다루고 있다. 대부분은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이렇게 자세히 다룬 것은 처음 보기도 했고, 특히 이이의 십만 양병설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알게 되었다. 항상 조선 중기 이야기를 읽을 때면 성리학자인 이이가 십만 양병설을 어떻게 주장을 했을까 궁금했는데, 결국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니 조금은 허탈해지기도 하고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어렸을 이이가 정확히 10년 전에 임진왜란을 예견해 십만 양병설을 주장했다는 책을 읽은 기억이 생생한데 이게 송시열의 조작이었을 줄이야). 또 대학 시절 한국 현대사 수업 시간에 들었던 독립군들이 정치 세력간의 다툼에 불과했다는 강사의 이야기도 어느 정도는 진실도 있겠지만 또 어느 정도는 이런 식민 사관의 영향을 받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독립 운동에 대한 역사 기록이 부족한 이유가 이병도에 의해 현대사를 기록하는 것이 객관적이지 못해 금기시 되었다는 것을 보니 정말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역사는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재미없는 암기 과목으로만 인식되어 왔고, 역사 왜곡을 넘어 창조를 하는 소위 사극들에 의해서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요즘엔 현대의 정치 활극을 옷만 바꿔 입힌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가 인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바른 역사의 길을 찾으려는 저자들이 더 많이 나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책을 읽으면 한 100년 정도 지나면 조금은 사정이 나아질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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